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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에서

광풍을 피하는 방법

품에서는 한달에 한 번 혹은 특별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GMF에 속한 가족들 그리고 이 공간을 찾아 주시는 선교 관심자 분들께 보내는 일종의 대표 서신입니다.

 

곳곳에서 살고 또 사역하시는 사랑하는 선생님들,

 

안녕하세요? 꽃은 물론이고 연두색으로 쏙쏙 나오는 잎들에게서도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것을 보니 나이를 먹어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이를 먹지 않고도 자연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분들은 복이 있도다^^

벌써 오래 전에 어느 선교 모임에 참석했던 한 목사님의 고백이 생각납니다. 지역교회의 선교는 선교위원회가 알아서 하면 되는 것이고 담임목사까지 선교를 알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어느날 성도들은 선교에 열심인데 목사인 자신만 선교에 무관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렇게 생각하는 자신이 문제인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때부터 자신의 역할, 즉 설교하는 목회자로서 선교적 설교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합니다. 선교적 설교라는 것이 따로 정해진 것이 없기에 묵상을 하면서 나름대로 한 주 한 주 선교적 설교를 해 나갔다고 합니다.  어느 주일에 설교해야 할 본문이 바울의 마지막 여정인 사도행전 27장과 28장에 나오는 로마로의 압송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살펴보니 이미 5년전에 같은 본문으로 설교를 했었고 당시 제목이 '광풍을 피하는 방법'이었다고 합니다. 바울을 압송하는 배가 유라굴로라는 광풍을 만나게 되자 배를 가볍게 하기 위해 사공들이 짐을 바다에 버리는 것에 포인트를 잡아 "어려운 시기를 견디려면 지출을 줄이는 등 주변을 가볍게 해야 한다"라는 것이 말씀의 주제였다고 합니다. 선교적 설교를 해야 겠다고 마음 먹고 나름 열심히 해 온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5년전의 설교가 꽤 부끄럽게 여겨졌다고 고백했습니다. 왜냐하면 새롭게 선교적 시각으로 보자 광풍은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광풍을 통해 바울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멜리데 섬(오늘날의 몰타)으로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섬 사람들에게 하나님을 증거하는 기회를 얻게 되었으며 하나님의 나라가 그곳에도 임하는 역사가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생사가 하나님께 있고 우리의 삶을 하나님께서 인도해 가고 계시다는 사실을 믿는다면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통해 주님은 주님의 선교를 이루어 가신다는 것을 보게 되었다고 고백했습니다. 

 

몰타(멜리데)에 있는 사도바울 상에 뱀이 등장한다.

 

오늘 마침 선교대회 참석 차 멜리데 섬(몰타)에 와 있는데 바울의 여정을 묵상하는 중에 있다보니 그 때 그 목사님의 고백이 더욱 생각납니다. 한 때 선교여정에 마가를 데리고 가는 문제로 바나바와 심하게 다투기도 했던 바울이 수 많은 일들과 그 일들 가운데 역사하시는 성령을 경험하며 배운 신앙, 우리가 하나님의 역사에 온전히 참여하고 있다면 때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만난다 해도 그 일이 어떻게 될지를 알아서가 아니라 늘 함께 하시는 하나님을 신뢰하기에 두려움이 없는 그런 근본적 평안함이 보입니다. 오늘 혹 광풍을 맞이하고 계시다면 광풍을 피하는 방법이 아니라 만유의 주재이신 하나님을 신뢰하는 법을 배울 수 있기 바랍니다. "이는 내게 사는 것이 그리스도니 죽는 것도 유익함이라"(빌1:21). 샬롬.

 

2024년 5월 1일
권성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