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품에서

선교적 선교(Missional Mission)

품에서는 한달에 한 번 혹은 특별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GMF에 속한 가족들 그리고 이 공간을 찾아 주시는 선교 관심자 분들께 보내는 일종의 대표 서신입니다.

 

곳곳에서 살고 또 사역하시는 사랑하는 선생님들,

 

12월입니다. 한라산에는 눈이 내렸다고도 하고 성탄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평안하시길 빕니다.

 

 

그 동안 선교 강의가 있을 때만 가끔 사용하던 말을 아예 문자로 적었습니다. "선교적 선교".

참기름 앞에 순, 진짜를 붙여야 하고 더 나아가 '국내산'을 붙여야 하듯 '선교' 앞에 '선교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입니다. 교회 앞에 선교적이라는 형용사를 붙인 것도 사실 불필요한 일인데 급기야 선교 앞에 선교적이라는 형용사를 붙이게 되었으니 더욱 어처구니 없는 일입니다. 그 이유를 차근히 설명해 봅니다.

'교회개척'이라는 말은 복음이 전해 지지 않은 곳에 복음이 전해져 스스로 예배하는 자생적인 공동체의 형성이라는 뜻을 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교회개척은 선교지의 교회건축과 동일시되고 그렇게 축소와 왜곡의 과정을 거쳐 갔습니다. 최근에 방문한 선교지에서도 현지 종족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시간을 들여 애를 쓰는 몇몇 선교사님들로 부터 어려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자립을 추구해 가고 있는데 갑자기 한국에서 목회하다가 느즈막히 선교지로 오신 분들이 모여 단체를 결성하고 주로 하는 일이 교회를 건축해 주는 일이다 보니 자립의 열매를 맺는데 상당히 방해가 된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런 분들일 수록 한국 교회, 노회 등에 연줄이 많아 건축비를 비교적 쉽게 모금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교회개척은 그저 내용없이 교회를 건축하는 것과 거의 동일시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죠.

성경번역의 예를 들어 봅니다. 성경번역은 하나님의 말씀을 자신들이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가지게 됨으로서 하나님을 예배하는 공동체가 세워지는 것, 주님의 제자들이 세워지는 것을 포함하는 용어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성경번역은 말 그대로 성경책을 번역해 주는 것으로 의미가 축소되다보니 심지어 성경이 번역되어도 예배 공동체나 주님의 제자가 세워지지 않는 경우도 발생하게 됩니다. 

 

현지인의 자립을 위해 수고하는 선교사님이 현지인의 훈련을 위해 세운 커피 실험실

 

만일 교회개척이 본래 의미에 맞게 진행된다면 그리고 성경번역이 원래의 의미를 충분히 지니면서 이루어 진다면 사실 선교는 교회개척이라고 하든 선교는 성경번역이라고 하든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이렇게 말하나 저렇게 말하나 모두 선교가 지향하는 온전한 의미에 잇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용어들이 전체의미를 상실하고 교회건축, 성경책의 번역 등 아주 좁은 영역의 선교 유형을 의미하게 되자 선교의 빈공간이 많아지게 되었고 그 공간을 채우기 위해 다양한 유형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비지니스 선교, 단기 선교, 의료 선교, 선교, 선교, 선교....

다양한 이름을 가진 선교가 나왔지만 단지 유형이 확대되었을 뿐 어느 것도 선교라는 단어가 본래 지녔던 온전한 의미를 회복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여 이제 선교는 다시 본래의 의미를 회복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선교적'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하게 된 것입니다. 교회 건축이 아니라 선교적 교회개척, 성경책의 번역이 아니라 선교적 성경번역, 비지니스를 열어 이익이 남으면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에서 선교적 비지니스, 이렇게 본래의 의미를 회복하자는 의미입니다.  기왕에 삶을 바쳐 헌신하는 선교라면 온전하고 의미있으며 바른 선교를 지향해야 하지 않을까요? 선교사라는 이름을 가지고도 전혀 선교적이지 않은 분들이 주변에서 방해가 된다해도 사랑하는 여러분들은 흔들림없이 옳은 길을 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샬롬.

 

2022년 12월 1일

권성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