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품에서

타왓 목사님과 사모님

품에서는 한달에 한 번 혹은 특별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GMF에 속한 가족들 그리고 이 공간을 찾아 주시는 선교 관심자 분들께 보내는 일종의 대표 서신입니다.

 

곳곳에서 살고 또 사역하시는 사랑하는 선생님들,

 

오늘은 1일이 아니지만 '품에서'를 보냅니다.

지난 1일 '품에서'에서 태국 치앙마이 출장을 잠깐 언급했습니다. 사실 이번에 그곳을 다녀 온 이유는 저희 GMF 가 가지고 있는 호스텔 때문이었습니다. 치앙마이에는 그레이스 국제 학교 등 선교사 자녀들이 다닐 만한 학교들이 있습니다. 전에 저희 아이가 졸업한 파키스탄의 선교사 자녀학교에 저희가 떠나고 난 직후 이슬람 형제들이 총을 들고 들어와 몇 사람을 살해하여 학교 문을 닫았을 때 많은 선교사 가족들이 치앙마이로 와서 정착할 정도로 치앙마이는 비거주 선교가 늘어나는 선교 환경에서 태국 선교사 뿐만이 아니라 인근 국가 그리고 비거주 사역을 해야 하는 선교사들에게 허브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GMF도 오래전에 지구촌 교회 등 여러 동역자들의 후원에 힘입어 선교사 자녀들이 기숙할 수 있는 호스텔을 열었고 그 동안 여러 사역자들이 귀한 사역을 감당해 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코로나 기간에는 호스텔 운영이 어려웠고 이제 조금씩 풀리면서 다시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그레이스 국제학교는 새로운 곳에 학교를 지어 이사했고 저희 호스텔은 이전 학교 앞에 있어 상황을 보고자 출장을 다녀 오게 되었습니다.

저희 호스텔은 현지 법 때문에 현지 법인에 속해 있는데 현지 법인에는 5명의 이사가 있습니다. 저희 GMF 소속 선교사님 2분이 이사로 참여하고 있고 이사장을 포함하여 3분은 현지인 지도자들입니다. 한 분은 얼마전까지 그레이스 국제학교의 태국인 교장을 하신 분이고 또 한 분은 위클리프 태국의 대표로서 제가 위클리프 아시아-태평양 대표로 섬기던 당시 교제하던 젊은 리더입니다. 그리고 이사장을 맡고 계신 분이 현지 목회자이신 타왓 목사님입니다.

 

타왓 목사님 부부

 

이번에 타왓 목사님과 교제하는 것이 주요 일정이었고 탁구를 좋아하신다고 해서 최근 탁구장에 기웃거리는 저도 탁구 라켓을 챙겨서 출장을 갔습니다. 하지만 타왓 목사님이 코로나에 걸려서 만남 자체가 어렵다는 말을 전해들었습니다. 그런데 타왓 목사님은 회복이 덜 되었음에도 연약한 몸을 이끌고 사모님과 함께 나와 점심 교제를 하게 되었습니다. 현지에서 이 사역을 돕고 계시는 저희 GMF 선교사님 부부, 그리고 함께 출장을 간 선교사 자녀 사역 기관(MK NEST)의 대표 선교사님이 함께 했습니다. 

짧은 교제의 시간이었지만 목사님의 사역은 저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교회를 더 확장할 수 있는 상황인데 그렇게 하지 않고 젊은 사역자들을 훈련하여 개척을 내 보낸다고 하였습니다. 훈련은 3년을 함께 지내며 사역하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몇 가지 질문을 드렸습니다. "3년을 함께 지내고도 개척을 내 보내지 않는 사역자도 있나요?" "그 기준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현지인 사역자가 개척을 나갈 때 외국인 선교사도 한 명 같이 동역자로 보낸다고 하였습니다. 더 궁금해 졌습니다. 함께 나갈 외국인 선교사를 선정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그렇게 현지인과 함께 교회를 개척하러 가는 선교사들은 또 어떤 분들인지 등등. 저의 관심은 현지 목회자, 즉 내부인의 기준에 대한 관심이었습니다. 며칠 남아 그 내용들을 정리하고 싶었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우선 현지에 계신 저희 선교사님께 가까이 교제하시는 동안 그런 내용들을 미리 정리해 두면 좋겠다는 말씀만 드리고 왔습니다. 타왓 목사님의 건강이 회복되고 저도 시간이 좀 나면 꼭 다시 가서 그 내용들을 정리하고 만일 할 수 있으면 한글과 영어로 책을 출간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제 잠자리에 누웠는데 현지에 계신 선교사님으로 부터 메시지가 왔습니다. 타왓 목사님은 연말이 되면 옷과 이불 등을 모아서 북쪽에 있는 어려운 지역을 방문하여 나누어 주곤 했는데 어제 사모님이 운전하여 북쪽으로 가는 도중 교통사고가 났다는 비보였습니다. 사모님은 사고 현장에서 소천하셨고 타왓 목사님은 목뼈를 상해 중환자실에 입원해 계시다는 연락이었습니다.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우선 GMF 이름으로 조화를 보내달라고 부탁 드리고 목사님께서 회복하시면 꼭 방문해서 위로도 하고 늦기 전에 사역의 내용을 정리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오늘 아침, 타왓 목사님도 소천하셨다는 메시지가 왔습니다. 두 분이 함께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셨습니다. 삼가 두 분의 명복을 빌며 평생에 수고한 사역이 여러 곳에서 열매 맺기를 소망합니다.

2022년 12월 13일

권성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