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에서는 한달에 한 번 혹은 특별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GMF에 속한 가족들 그리고 이 공간을 찾아 주시는 선교 관심자 분들께 보내는 일종의 대표 서신입니다.
곳곳에서 살고 또 사역하시는 사랑하는 선생님들,
안녕하세요? 봄이 와서 꽃들이 활짝피었습니다. 세상 곳곳에 자유와 평화의 봄이 오길 빕니다.
제가 사는 동네에 사격장이 있습니다. 무슨 깡통쓰러뜨려 인형받는 그런 유원지 사격말고 사격선수 출신이 운영하는 정식 사격장입니다. 절구모양의 납 총알을 표적에 쏩니다. 명절 즈음에 아내와 아이들과 한번씩 가서 나름 가족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그런 곳입니다.
선남선녀 사격선수 출신 부부가 운영합니다. 남편되는 주인이 얼마나 선하신 분인지는 최근 방문 때 여실히 증명되었습니다. 저희 부부와 막내가 함께 갔는데 막내의 나이가 30대 중반인 것을 알자마자 그 분이 "이렇게 나이를 먹었는데 왜 결혼을 안해요?"라고 물었습니다. 순간 그 분의 아내와 또한 거기 와 있던 그 분 아내의 친구 분들이 "어?"하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 때 저는 사격이 끝나서 서 있었고 천천히 쏘는 막내는 집중해서 쏘고 있었으며 심지어 잘 맞추고 있었습니다. 제가 한마디 했습니다. "아빠인 제가 심지어 명절 때도 하지 않는 말을 하셨네요. 감사합니다. 오늘 제가 아들을 이길 것 같습니다." 모두가 웃는 사이 그 남편 분은 다른 방으로 급히 숨었습니다. 막내의 맨탈이 무너진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고요.
표적 한 장에 한 발씩 쏘면서 기계로 점수를 정확히 측정하는데 한발의 만점이 10.9입니다. 따라서 10발 쏘면 만점은 109점입니다. 그 사격장을 방문 사람들이 쏜 것 중 1위부터 5위까지는 벽에 붙여 놓는데 저도 한때 4위 정도에 올린 적이 있으나 이제는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높은 점수들이 붙어 있습니다. 다른 벽에는 전체 점수와 상관없이 정 가운데인 10.9를 맞춘 표적은 따로 전시를 하는데 운 좋으면 거기에 가끔 올릴 정도 입니다. 이번 방문에서도 아내와 막내는 총점이 100점을 넘었지만 저는 한번도 100점을 넘지 못했고 다만 저는 만점짜리가 한장 나와 벽에 붙였습니다.

나름 군에서 사격대회가 있으면 부대 대표로 나가기도 했던 터라 군대도 안 갔다온 아내 그리고 운전병 출신인 막내보다 점수가 낮다는 것은 좀 수용하기 어렵습니다. 문제가 뭘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100점 가까이 나온다는 것은 평균적으로 10점을 쏜다는 것이니 표적에서 아주 멀리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까 아주 미세한 차이에 의해서 9.8이 나오기도 하고 10.3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 정도 차이를 아마추어인 우리가 조정하기는 사실 어렵습니다. 그러니 총을 흔들어 실수를 했다던가 조준이 안되었는데 격발을 했다던가 하는 문제는 아닙니다. 나름 최선을 다해 조준을 했고 쏘는 순간 숨을 멈추어 최대한 흔들리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사격을 한 것입니다.
막내는 그렇다치고 몸도 약한, 그래서 한번 쏘고 더 쏘지 않으려는 아내가 저보다 점수가 잘나오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과학적 근거는 없으나 제가 생각한 것은 두 세가지 이유입니다.
먼저, 아내는 몸이 약합니다. 그래서 저보다 힘이 덜들어가니 힘이 들어간 저보다 총의 흔들림이 적다는 겁니다. 총을 들고 쏜다면 힘이 필요하지만 받침대에 올려 놓고 쏘는 공기총이니 마지막 순간 총이 덜 움직여야 하는데 힘과 호흡이 더 좋은 제가 아주 훈련이 잘 되지 않는 한 오히려 더 방해가 되는 것입니다. 힘을 잘 다스리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약한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됩니다. 군에서 배운대로 숨을 들여마신 후 숨을 멈추고 쏘는데 멈춘 숨에도 흔들립니다. 다음에 가면 오히려 숨을 내쉬고 힘을 쫙 뺀 상태로 도전해 볼까 합니다.
두번째로 집중력입니다. 저는 아내나 막내보다 2배 이상으로 빨리 쏩니다. 일부러 천천히 한다고 해서 점수가 나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말하자면 집중력에 있어 저보다는 아내가 훨씬 높은 것입니다. 아무래도 빨리 쏘다보니 미세한 흔들림이 더 생기는 것 같습니다. 저도 천천히 해보려고 했지만 그렇다고 더 나아지지 않고 붙잡고 있을 수록 더 흔들립니다. 어찌하면 좋을까요? 아내처럼 좀 느리게 생활하면 도움이 될까요?
마지막으로, 쏘다보면 약간의 실수가 있을 수 있습니다. 8점대가 나오는 경우는 드물지만 9점대 초반이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약간은 포기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이번 판은 망쳤네'하는 생각이 맨탈을 흔듭니다. 한발 한발에 대한 의미에 집중하기 보다 전체 점수가 낮게 된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해 남아 있는 사격에 영향을 줍니다. 여전히 과업 중심이 DNA처럼 남아 있는 모양입니다. 과업중심을 반성하고 성찰한다고 하면서도 늘 과업중심입니다. 더 많은 성찰이 요구됩니다.
일년에 한 두번 사격장에 와서 올바른 방향에 집중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배우는 셈입니다. 여러분의 삶과 사역이 바른 과녁을 향하기를 소망합니다.
2026년 4월 1일
권성찬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