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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에서

어느 날 오후

품에서는 한달에 한 번 혹은 특별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GMF에 속한 가족들 그리고 이 공간을 찾아 주시는 선교 관심자 분들께 보내는 일종의 대표 서신입니다.

 

곳곳에서 살고 또 사역하시는 사랑하는 선생님들,

 

11월입니다. 올 봄에 사둔 가죽 자켓을 꺼내 입을만큼 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선선해 졌습니다. 이러 저런 문제로 달구어진 우리들의 마음도 선선해 지기를 기대하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얼마전에 해외에 갔다가 밤 비행기를 타고 새벽 시간에 인천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여정의 피로 때문인지, 혹은 밤 비행기의 피로 때문인지 여하간 오전 내내 잠을 자고 점심 지나서야 사무실에 나갔습니다. 

제가 일하는 사무실은 길에서 보면 1층이고 건물 뒤쪽에서 보면 지하인데 건축상으로 지하에 속하기에 지하 1층으로 표시가 되어 있습니다. 이 지하층에는 제 사무실을 포함하여 3개의 기관이 함께 있기에 우리를 스스로 '지하세개'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지하세개의 사무실, 오른쪽부터 차례로 SNS, 제 사무실, GPTI

 

오후에 출근하니 옆 사무실의 실장님이 늘 그렇듯 반가운 얼굴로 맞아 줍니다.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선하고 아름다운 분입니다. 반갑게 맞아 주니 벌써 마음이 즐겁습니다.

잠시 후에 그 기관의 원장님이 사무실에 왔습니다. 낮에는 전문인으로 일하느라 주경야독하는 분인데 낮시간에 사무실에 나와 의아해 했더니 다음 날 있을 전문인 훈련을 준비하러 나왔다고 합니다. GPTI는 매주 토요일에 전문인들을 대상으로 훈련하는 기관인데 새롭게 원장을 맡아 이 훈련이 좋은 훈련이 되게 하려고 늘 애씁니다. 몸 상할까 걱정됩니다. 저와 상의할 일이 있다하여 커피를 한잔 내리고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작은 일에도 늘 상의해 주는 고마운 분인데 오늘도 작은 문제 하나를 나누며 제게 조언을 구합니다. 조언 구하지 않고 혼자 진행해도 뭐라할 사람없는데 꼭 이렇게 상의해 줍니다. 커피도 맛있고 이야기 주제는 고민되는 주제지만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맛있습니다. 

 

조금 지나니 길 건너편에 있는 선교훈련원 원장님이 뭘 한 박스들고 옵니다. GMTC는 약 5개월간 합숙하며 주 5일 선교 훈련을 하는 기관입니다. 지금도 처음 선교 나가려는 분들과 선교지에서 사역하다가 잠시 귀국하여 다시 훈련을 받는 분들이 함께 모여 매일 선교 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이 선교 훈련생들과 훈련원을 섬기는 모든 분들이 속초, 고성 지역으로 며칠 간 MT를 다녀 오는 길이라고 하면서 원장님이 방어 회를 잔뜩 가지고 왔습니다. 제 사무실 근처에 있는 또 다른 리더십 훈련기관(GLFocus)을 섬기는 본부장님의 부친께서 고성 지역에서 어업을 하십니다. 자기 기관이 MT를 간 것도 아닌데 부친께 전화를 걸어 이 선교 훈련생들에게 회 대접을 부탁했나 봅니다. 그 MT에서 먹고도 남을 만큼 양이 많아서 가지고 왔다고 나누어 줍니다. 그 중 일부를 바로 꺼내어 옆 사무실 분들과 맛있게 먹었습니다. 올 첫 방어 회를 이렇게 먹습니다. 

 

지하세개 중 하나인 이주민 선교 기관(SNS)은 그날까지 양지에서 이주민 선교사 수련회를 주관하고 있어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이주민 선교를 하시는 분들 중에 선교지에서 돌아와 사역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이렇게 저렇게 국내에서 홀로 외롭게 사역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 이주민 선교 기관에서 며칠 간의 모임을 통해 저희 GMF에서 속한 분들 외에도 누구나 오시도록 하여 함께 교제하는 좋은 모임을 만든 것이니 비록 우리와 함께 회를 먹지는 못하지만 어디선가 좋은 모임을 가지고 있고 여러 어려움 속에서 사역하시는 이주민 선교사님들과 빛나는 교제를 하고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좋은 분들이 준비한 모임이니 마음 푸근한 모임일 것이라 생각하게 됩니다.


남은 회를 가지고 집으로 갑니다. 같은 동네에 동두천에서 태국인 목회를 하는 선교사님이 살고 있어 연락했습니다. 방어 먹으러 오라고..

 

부러우면 지는겁니다.

 

마침 위에 언급한 이주민 선교 수련회에 참석하고 저녁까지 함께 먹고 오는 길이라며 늦은 저녁에 부부가 저희 집에 왔습니다. 방어 회를 함께 먹으며 그 이주민 선교 수련회가 얼마나 좋았는지 이야기를 듣습니다. 역시 예상한 대로입니다.

 

너무 행복한 어느날 오후였습니다. 선교 공동체에 속해 있고 함께 서로를 보듬으며 사역하는 동역자들이 있다는 것이 그저 감사하고 기쁘기 그지 없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동시대에 함께 애쓰는 아름다운 사람들입니다. 여러분도 계시는 곳에서 그 주변의 분들과 부디 행복하시길 소망합니다.

 

2026년 11월 1일

권성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