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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에서

제물포 구락부

품에서는 한달에 한 번 혹은 특별한 사안이 있을 때에 마다 GMF에 속한 가족들 그리고 이 공간을 찾아 주시는 선교 관심자 분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대표 서신입니다.

곳곳에서 살고 또 사역하시는 사랑하는 선생님들,

 

인천에 있는 제물포 구락부에 다녀 왔습니다. 영어 클럽 (club)의 일본식 발음인 '쿠라부'를 한자로 만든 구락부는 100여년 전 외국인들이 모이는 장소였습니다. 배가 교통수단이던 시절, 국제 항구가 제물포였던 것을 생각한다면 제물포 구락부는 오늘날 이태원 외국인 클럽 쯤 되는 셈입니다. 암튼 제가 제물포 구락부를 다녀 온 이유는 그곳에서 100년전 한국을 여러차례 방문하면서 당시 모습을 그림에 담은 한 영국 여성의 작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1919년 삼일절 직후에 한국을 방문한 엘리자베스 키스는 그림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그림을 잘 그리는 여성이었습니다. 영국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출신의 이 젊은 여성은 일본에서 출판업을 하던 언니와 형부를 방문했다가 당시 식민 통치를 겪고 있던 우리나라를 방문했고 신기한 문화에 마음을 주어 당시 모습을 수채화에 담았습니다. 자연스럽게 선교사들과 친분을 가졌던 그녀는 후에 결핵환자를 위한 크리스마스 씰에 그림을 그려 주기도 했습니다. 동대문을 비롯한 유물은 물론 사람들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슬퍼보이는 신부, 꼿꼿한 과부, 운양 김윤식 선생의 모습 등 사람을 많이 담았습니다. 수채화로만 남았다면 지금쯤 그림이 변해버렸을텐데 마침 일본에서 판화 공방과의 협업을 통해 그림을 목판화로 남겼고 해서 이번에 사본이긴 하지만 상당히 정밀한 그림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오래전 선교사 파송을 얼마 앞두고 미술학원에 다닌 적이 있습니다. 선교지에서 눈 앞에 펼쳐질 그 처음 보게 될 모습들을 적어도 스케치, 조금 더하면 수채화로 담고 싶어 학원을 다녔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림에는 소질이 없음만 확인하고 접었습니다. 그래도 현지에 있으면서 썼던 글들, 편지들 속에 탈리반 시절의 모습을 다소 담아 두었습니다. 

 

오늘 선교지에서 보내는 평범한 여러분의 일상은 언제가 누군가 기억할 소중한 추억이고 자료이고 문헌이 됩니다. 그림을 그릴 수 있으면 좋거니와 아니더라도 사진 혹은 저널을 기록함으로서 그 귀한 장면을 이후 세대에게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키스의 그림을 몇 장 더 첨부합니다.



2021년 2월 1일

 

권성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