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품에서

오리와 오징어

품에서는 한달에 한 번 혹은 특별한 사안이 있을 때에 마다 GMF에 속한 가족들 그리고 이 공간을 찾아 주시는 선교 관심자 분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대표 서신입니다.

 

곳곳에서 살고 또 사역하시는 사랑하는 선생님들,

 

최근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이 말 그대로 온 세상의 안방을 휩쓸었습니다. 복음이 그래야 할 텐데요.

넷플릭스가 선교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기에 몇 가지 생각해 보려 합니다.

 

1. 전통을 탈피하고 시세를 읽다

아마 가장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부분이 기존의 전통을 벗어나 시세를 읽은 것이라 하겠습니다. 동네마다 블록버스터라는 비디오 대여점이 깔려 있던 시대에 DVD 온라인 대여(온라인으로 주문받고 우편으로 DVD를 보내는 방식)라는 생소한 사업에 손 댄 것은 당시 각 가정에 DVD 플레이어가 많이 없던 시절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혁신적이지만 매우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지금은 DVD 실물을 보내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니 당시 변화하는 시세를 읽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대여점을 가지고 있던 블록버스터가 그 오프라인 매장으로 인해 오히려 혁신을 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생각하면 넷플릭스를 시작한 헤이스팅스와 랜돌프의 혜안이 빛납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다른 사업에도 많이 있기에 놀랍지만 제게 감동적이진 않습니다. 그저 미국 예화 좋아하는 어느 목사님의 설교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입니다. 제게 놀라운 것은 그 다음 두 가지 입니다.

 

2.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입니다. 즉, 넷플릭스가 만들었다는 이야기 입니다. 넷플릭스는 원래 DVD 대여 사업이었고 후에 스트리밍으로 전환합니다. 인터넷의 보급 확장과 속도 향상으로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말하자면 인터넷 기반이긴 하지만 영화 유통 사업인 셈입니다. 영화가 나오면 그것을 계약하여 유통하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콘텐츠 제작사들과의 계약이 만료되었을 때 터무니 없는 가격을 요구하거나 아예 재계약을 맺지 않으면 콘텐츠를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소위 넷플릭스 오리지널 컨텐츠라고 부르는 영화, 드라마 등을 제작하기 시작합니다. 유통업자에서 제작자, 소유자로 변하는 겁니다. 헐리우드 영화가 대세인 상황에서 영화 제작에 직접 손을 대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쓸데없는 일이라 손가락질도 많이 받았겠지요.

선교사 수가 많은 것으로는 몇 손가락 안에 들지만 선교신학이라는 개념 설계 역량은 부족한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됩니다. 프로젝트를 벌이는 소위 실행 능력에만 뛰어난 우리의 선교 현실은 서구의 선교(업)계가 만들어 놓은 선교 운동의 행동 대장 역할에 열을 올려 왔습니다. 하지만 원천 기술이 부족하고 오리지널 컨텐츠가 부족할 때 미래는 암울합니다. 오리지널 컨텐츠는 물론 말씀에서 나오지만 그 만큼의 성찰이 필요합니다.

 

3. 오징어(게임)

넷플릭스가 한국 영화인 오징어 게임을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하고 대박을 터뜨릴 수 있었던 이유가 뭘까요? 저는 그들이 위에 말한 것처럼 먼저 오리지널 제작을 시작하면서 그에 대한 개념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다시말하면 스스로 자기 영화를 만드는 시각과 경험이 있었기에 다른 사람이 자신의 시각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을 도울 수 있었다는 말입니다. 이를 요즘 사용하는 패러다임 용어로 '다중심'(poly-centric)이라고 합니다. 한 곳에 중심을 만들어 놓고 나머지를 모두 지부처럼 만들어 버리는 소위 변질된 '국제'(International) 대신 모두가 중심이고 함께 연합하는 진정한 의미의 상호(Inter-) 존중과 의존입니다. 물론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게임들이 한국의 게임들이긴해도 이 영화가 아주 순도 높은 전통적인 한국영화라고 말하는 분들은 없을 것입니다. 여러 요소들이 국제적으로도 통하도록, 즉 이미 헐리우드의 방식에 길들여진 부분이 있기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각 나라의 요소를 담긴했으나 세계의 보편 가치(좋은 가치인지는 모르겠으나)로 편입되는 면이 많습니다. 게임이 아니라 한국의 중요한 가치가 더 전해지고 나누어지는 영화들도 앞으로 인기를 얻게 되기를 바라게 됩니다.

 

4. 무엇이 남았을까?

오리지널과 다중심은 선교계에서 실행은 많이 되지 않았지만 개념은 이해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그렇다면 넷플릭스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 집니다. 그것을 통해 시세를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프리 버마 레인저스'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버마와 이라크에서 전쟁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람들을 구해내는 선교사와 그 팀들에 대한 다큐 영화였습니다. 넷플릭스,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플랫폼들이 많은 사람들을 끌여 들었으니 이제 다음 단계로는 좋은 세상을 위해 이런 다큐를 널리 알리고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열정을 품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결국 주님이 꿈꾸는 세상은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오늘 만나는 그 한 사람 한 사람과의 깊은 교제를 통해 이루어 지는 것을 압니다. 한 사람을 위한 플랫폼이 되어, 그 사람의 이야기가 쓰여 지도록 도울 수 있다면 주님은 기뻐하시리라 믿습니다. 오늘도 건승을 빕니다. 샬롬.

 

2021년 11월1일

권성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