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품에서

디스 배리 빅(This very big)

품에서는 한달에 한 번 혹은 특별한 사안이 있을 때에 마다 GMF에 속한 가족들 그리고 이 공간을 찾아 주시는 선교 관심자 분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대표 서신입니다.

 

곳곳에서 살고 또 사역하시는 사랑하는 선생님들,

 

일상 회복을 기다리던 우리에게 코로나19는 지속적으로 변이를 만들어 맞서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알파벳이 모자랄 지경입니다. 장기화되는 상황에 긴 호흡으로 강건하게 지내시기를 소망합니다.

일전에 소개했던 2021년 서울사랑국제영화제의 폐막작인 프리 버마 레인져스(Free Burma Rangers)의 후반부 이야기는 미얀마에서 사역하는 선교사가 현지 동역자들과 함께 이라크 분쟁 지역으로 가서 사역하는 이야기입니다. 전쟁 속에서 사람들을 구해내고 치료하며 테러 세력의 만행을 세계에 알리고 게다가 분쟁지역 아동들을 위해 임시 학교를 운영하는 등 감동과 도전의 이야기가 너무 많습니다. 그 중 선교와 관련하여 제게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이라크인 모하메드가 천천히 말했던 디스 배리 빅 (This very big)이라는 말입니다.

ISIS가 점령한 이라크 모술 지역 최전선에 있던 이라크 군인 모하메드는 아시아 사람들이 그곳에 목숨을 걸고 도우러 온 것이 놀라워서 질문합니다. "이 사람들은 어디에서 왔나요? 중국? 한국?" 그 질문을 듣는 제게 양가 감정이 생겼습니다. 한편 한국이 누군가를 도우러 가는 국가로 인식된다는 기쁨도 있었지만 이제 한국이 돕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지기에 한국교회의 선교는 더 어려워지겠다는 걱정이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사역할 때 정말 헌신적이고 인간적으로 너무 성숙한 서구 선교사들이 서구라는, 이미 잘 사는 나라라는 전제 때문에 현지인의 마음에 접근하는 일이 훨씬 어려운 것을 보아 왔고 저는 비교적 한국 사람으로는 초기였기에 한국 사람이 아프간에 왔다는 것만으로도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모하메드의 질문에 "아니요. 저들은 버마에서 왔습니다"라고 누군가 말해 줍니다. 미얀마라는 국가명은 독재 정권이 개명한 이름이기에 사람들은 이전 이름인 버마라는 국가명을 선호하는 가 봅니다. 저들이 중국, 한국, 일본 등 도움을 줄만한 나라에서 온 것이 아니라 아직도 분쟁 중이고 게다가 핍박을 받는 소수 종족에서 온 사람들인 것이 모하메드에게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뭐라고 버마?" 그 다음 말은 그가 말한 영어 그대로 옮깁니다. "They need help and they help us?" "This very big!"

K-Power는 양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 여권으로 갈 수 있는 나라가 많아지고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이 많아지고 한국 드라마와 K-pop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낮음과 연약함과 겸손을 전제로 하는 진실한 선교에는 좋은 조건이 아닙니다.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뽕을 빼야 하고 어깨를 더 내려야 하고 무릎을 더 꿇어야 합니다. 부디 한국 선교가 현지인들의 눈에 힘이 넘치는 그래서 새로운 식민의 모습으로 비춰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저들이 우리를 보며 '디스 배리 빅!' 할 때까지 함께 내려 갑시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