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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에서

장로교적 감리교

품에서는 한달에 한 번 혹은 특별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GMF에 속한 가족들 그리고 이 공간을 찾아 주시는 선교 관심자 분들께 보내는 일종의 대표 서신입니다.

 

곳곳에서 살고 또 사역하시는 사랑하는 선생님들,

 

이제 한국도 제법 가을입니다. 새로운 계절에 새로운 부흥을 기대해 봅니다.

 

신학교 다닐 때 장로교와 감리교의 차이를 단어 하나를 가지고 외우곤 했습니다. 하나님을 몇 개의 단어에 가두려는 어리석은 행동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장로교는 튤립(TULIP)으로 외웠습니다.

Total Depravity (전적 타락)

Unconditional Election (무조건적 선택)

Limited Atonement (제한 속죄)

Irresistible Grace (불가항력적 은혜)

Perseverance of the Saints (성도의 견인)

 

그에 반하여 감리교는 그와는 다소 반대되는 개념으로 외우곤 했습니다.

한마디로 장로교는 하나님의 주권을 강조하고 감리교는 그것을 부인하지 않지만 인간의 책임을 동시에 강조합니다.

장로교의 교리가 왜곡되면 구원파가 등장하고 감리교의 교리가 지나치면 율법주의, 더 나아가 공로주의로 빠지게 됩니다. 

 

얼마전 웨일즈를 가게 되어 우리나라의 원산 부흥을 비롯하여 세계 여러 곳의 부흥을 이끌었던 웨일즈 부흥이 시작한 곳, 에반 로버츠의 모리아 교회를 방문하여 살펴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광산 지역이 많은 그곳에 부흥의 결과로 광부들이 회심하게 되어 광산의 마차를 끌던 말들이 말을 듣지 않았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늘 욕을 하며 마차를 부리던 광부들이 회심하여 더 이상 욕을 사용하지 않자 말들이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다시 욕을 시작하진 않았고 말들의 귀가 정화되기 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고 합니다.

 

1904년 부흥이 시작된 모리아 교회

 

 

여러 감동적인 것들이 많았지만 제 눈을 크게 뜨도록 만든 것은 그 모리아 교회의 이름이었습니다. 이전에도 방문한 적이 있지만 그 때는 주목하지 못했던 이름이었습니다. '모리아 칼빈주의적 감리교회'.

현재는 웨일즈 장로교단인 그 교단의 원래 이름은 '칼빈주의적 감리교회'(Cavinistic Methodist Chapel)였습니다.

 

모리아 칼빈주의적 감리교회

 

교회의 이름을 풀어쓰자면 하나님의 주권을 전적으로 인정하며 동시에 우리의 책임을 온 힘을 다하여 감당하는 교회, 말하자면 나무에 꼭 붙어있어 풍성한 열매를 맺는 그런 교회로 해석이 되었습니다. 청년 시절 어느 목사님이 로마서 1장 17절의 '믿음에서 믿음으로 이르게 하나니'를 이렇게 해석하는 것에 감동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앞의 믿음이 하나님께서 은혜로 주시는 믿음이라면 후자는 그 은혜를 받아 하나님을 전적으로 믿는 우리의 믿음이라고...

 

서구의 이원론을 전제로 해서 만들어진 많은 이론과 운동들이 우리에게로 전수되었고 선교의 영역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어 우리는 통전적 이해보다 어느 한편을 강조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설명을 위해 가지 왼편의 나무와 가지 오른편의 열매를 나누지만 그것은 하나임을 전제로 놓고 단지 설명하는 것인데  전제를 놓치고 자꾸 둘로 나누려 합니다. 이원론은 설명을 위해서만 필요하지 둘로 나누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이미 통전적인 생각을 문화로 가지고 있는 우리가 굳이 이원론을 차용하여 우리의 통전적인 생각을 해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칼빈주의적 감리교를 시작하게 된 18세기 부흥 운동의 주역, 조지 휘필드는 감리교를 시작한 요한 웨슬레가 옥스포드 대학에서 경건 모임을 할때 참석했던 학생이었고 후에 감리교 부흥을 이끌었지만 어느 한편으로 치우치지 않은 삶을 살았다고 전해집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철저히 깨달았기에 새벽부터 온 힘을 다해 공로주의자 조차 감히 따라 올 수 없을 만큼 부지런하고 성실한 삶을 살았다고 합니다. 

 

34년간 목회하며 영국과 미국을 계속 오가고 (배로 대서양을 건넜겠죠), 18,000번 이상 설교하였다니 단순한 열정이 아니라 최선을 다한 삶이었고 그 근저에는 말할 수 없는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감사가 넘쳤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웨일즈의 부흥이 변두리 작은 교회이면서 통전적인 교회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새롭게 다가 왔습니다.

 

어떤 교단, 어떤 선교회에 속해 있던지 상관없이 "하나님의 주권 앞에 온전히 복종하며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그런 선교사, 그런 성도가 되었으면 합니다. 샬롬.

 

2025년 10월 1일

권성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