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에서는 한달에 한 번 혹은 특별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GMF에 속한 가족들 그리고 이 공간을 찾아 주시는 선교 관심자 분들께 보내는 일종의 대표 서신입니다.
곳곳에서 살고 또 사역하시는 사랑하는 선생님들,
안녕하세요? 한 해의 마지막 달을 맞이합니다. 동남아 여러 곳에 폭우로, 홍콩에서는 화재로, 곳곳에서 재난의 소식이 들려옵니다. 긴급한 구호도 필요하고 동시에 긴 호흡의 변혁도 필요합니다. 오늘은 얼마 전 다녀온 인도네시아 출장이야기를 나누어 볼까합니다.
마닉스라는 친구는 몇번 이야기 한 적이 있습니다. 젊은 나이에 인도네시아 위클리프의 대표가 되었고 대표를 내려 놓은 후에는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북쪽의 기독교 교단 중 하나인 GMIM 교단이 있는 곳으로 가족을 데리고 이주하여 이 교단이 성경번역을 포함한 선교 운동을 시작할 수 있도록 3년간 섬겼고 그 결과 지금은 교단 산하에 성경번역기관인 PPA가 설립되었고 많은 젊은이들이 선교에 헌신을 하였습니다. 물론 젊은이들의 헌신만으로는 안되고 그 곳의 수 많은 교회와 목회자들이 선교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산적해 있습니다. 마닉스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 한 교단만이 아니라 인도네시아에 있는 여러 교단과 기관과 교회들에게 선교에 대해 나누고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 그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선교 단체를 창립하게 되었고 저는 그 창립총회에 선교 세미나를 부탁받아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이 새로운 단체의 이름은 SIKMA인데 성경에 뽕나무로 번역된 '시크마'에서 가져 왔다고 합니다.
이 새로운 단체의 창립을 제가 중요하게 여긴 이유는 선교의 새로운 흐름을 여는 하나의 물방울이 되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기존 선교에 참여하는 또 하나의 단체가 아니라 비서구 지역, 게다가 선교지에서 시작된 현지 선교단체가 하나님의 선교에 올바르게 참여하면서, 회복되어야 할 본질을 새롭게 하며 동시에 이 시대에 맞은 새로운 표현들을 보여주기 바랐습니다. 선교 역사학자들이 말하듯, 그리고 우리가 너무 빈번하게 사용하듯 무슨 또 하나의 중심 이동이 아니라 앞선 선교로 부터 배우되 앞선 선교의 시행착오를 생각없이 반복하지 않고 스스로 성찰하며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게 주어진 4번의 선교 세션을 통해 어쩌면 저도 모르는 그리고 별로 경험해 보지도 못한 소망의 이야기를 늘어 놓았습니다. 그 엉뚱한 이야기를 간단히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첫번째 세션: 서론
우선 왜 깔끔한 선교 세미나를 준비하지 않고 제 스스로에게도 낯선 소위 '선교학적 기초 가치들'이라는 발제를 준비했는지 이유를 나누었습니다. 비록 많은 성찰을 통해 어떤 슬로건이나 선언문을 만들어도 그 성찰의 과정에 있었던 중요한 논의들은 사라지고 슬로건과 선언문이 별도의 괴물이 되어 우리를 원래 생각했던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가는 그 간의 경험을 나누었습니다. 비전 2025라는 위클리프의 슬로건이 나오기 위해 많은 기초 문서들이 있지만 그것을 아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비전 2025는 '2025년까지 성경번역이 모든 종족에서 시작되게 하자'는 과업 슬로건이 되어 기존의 방식을 반성했던 성찰은 사라지고 과업을 더욱 가속화하는 엉뚱한 방향으로 우리를 몰아간 것에 대해 나누었습니다. 그래서 제발 슬로건, 사명선언문, 비전선언문, 목표선언문 등을 만들지 않으면 좋을 것 같다고 읍소했습니다. 대신 몇 개의 선교학적 기초 가치들을 만들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성찰하면서 사역에 대한 평가도 그 기초 가치를 기준으로 평가하며, 경험이 깊어짐에 따라 그 가치들을 계속 개정해 나가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러면 아마 그 동안 서구를 중심으로 평가하던 정량적 방식은 안 맞을 것이고 그런 가치를 담고 있는 사역의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간 현대 개신교 선교의 다양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그 기저에 있는 미시오데이(하나님의 선교)가 가진 '보냄'이라는 관점을 조금 넓혀서 이마고데이(하나님의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존재의 목적 그래서 하나님과의 연합이라는 관점으로 선교를 보아야 함을 나누었습니다. 도자기를 만들면서 깨지면 본드로 붙이겠다는 것에 더 강조를 두는 도공은 없을 것입니다. 타락했기에 필연적으로 구원이 필요하지만 창조의 목적은 타락과 구원으로 축소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너머 재창조, 즉 신의 성품에 이르고 하나님과 하나되는 목표 그리고 세상에서 우리가 하는 선교 활동의 방식도 그러한 연합의 방식이어야 함을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이 기관은 그런 회복을 위해 하나님께서 새롭게 시작하시는 것이지 단지 기존의 방식을 그대로 하면서 선교 세력만 대체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습니다.
투구와 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실제로 전쟁에서 이기지 못하는 사울의 군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쟁에는 투구라는 방식을 추구하고 척 보아도 맞지 않을 다윗에게 씌워주려고 하니 다윗처럼 용기 있게 익숙치 않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고 대신 자신에게 익숙한 돌 다섯개를 드는 용기가 있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의 돌 다섯개는 무엇인지 그것을 새로운 전략으로 이해하려고 하지는 말라고 신신당부 했습니다. 하나님이 다윗을 새롭게 부르시는 이유는 이제 투구와 검이 아니라 돌 다섯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사용하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전적인 다스림을 받는 당대의 거의 유일해 보이는 그 '사람'을 부르신 것임을 강조했습니다.
둘째 세션: '임마누엘 선교'와 '선교적 연합'(Missional Theosis)
이번 모임에서 6개의 선교학적 기초 가치를 발제했습니다. 그리고 한 세션 당 두개의 가치를 소개했습니다.
첫번째 가치로 '임마누엘 선교'라는 가치를 소개했습니다. 그 동안 우리의 선교 목표는 성육신적 선교 모델이었는데, 물론 그것도 다 잘 감당하지는 못했지만 성육신은 선교의 모델 정도로 그칠 문제가 아니라 실제 우리와 우리가 섬기는 사람들이 만나는 그 곳에 주님이 임하셔야 하는 문제임을 강조했습니다. 모세, 아하스, 제자들 등 전능의 하나님을 필요로 하는 그들의 상황에서 전능을 약속하지 않으시고 늘 존재하시며 늘 함께 하시는 하나님을 약속하신 임마누엘이 성경 전체를 통해 흐르는 중요 주제이고 우리의 선교에 반드시 기초로 가져야 할 중요한 가치임을 강조했습니다.
두번째 가치는 선교적 연합이었습니다. '가는' 것이 선교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연합을 향하는 선교임을 나누었습니다. 물가에 심기운 나무가 시절을 좆아 과실을 맺으며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음으로 열매를 맺는 것임을 강조했습니다. 붙어 있고 그리고 가는 것(Abide and Go)가 아니라 붙어서 풍성한 열매를 맺는 것 (Abide and Bear=Abear)임을 소개했습니다. 소개하는 모든 가치를 성경의 한 두 구절이 아니라 성경이 말하는 가치임을 강조하기 위해 큰 문맥에서 소개하였습니다.

셋째 세션: '낯선 것을 수용하기'와 '다섬김'(Poly-Serving)
세번째 가치는 '낯선 것을 수용하기'였습니다. 아브라함에게 아들을 바치라는 낯선 상황, 무고함에도 감옥에 가야 했던 요셉의 낯선 상황, 물론 욥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리고 세상이 주목하는 황제, 분봉왕, 대제사장 등이 소개되고 그렇지만 말씀은 광야에서 세례 요한에게 임했다는 사실(눅3:1-2), 엠마오로 가는 길에 만난 낯선 이가 바로 주님이었던 사실들을 소개하며 낯선 것이 우리가 평소에 생각할 수 없는 것들, 하나님께 속하고 영원에 속한 것을 번쩍 보게해 주는 순간임을 나누었습니다. 하나님의 형상,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기 위해 낯선 것이 우리의 성숙을 위해 하는 역할들을 나누었습니다.
네번째 가치는 '다섬김'이었습니다. 오늘날 많이 사용되는 다중심은 본래 반성과 성찰의 결과로 나온 용어임에도 불구하고 그 성찰의 여정에 함께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제 우리도 중심이다'라는 빗나간 메시지를 주기에 아들을 보내신 하나님, 제자들을 섬기신 주님으로 계속 연결되어 온 섬김의 연속성으로의 선교를 소개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아스의 섬김을 소개했고 고린도전서에서 바울이 말한 여러 지체, 그리고 연약한 지체의 중요성 등의 개념 등도 소개했습니다. 내가 섬기는 것만을 보아서는 안되고 내가 섬기는 누군가가 그 섬김의 가치를 이해하고 다른 이를 섬기게 되는 지, 아니면 나의 섬김이 단지 의존도를 만들어 내는지 보아야 함을 이야기 했습니다.
넷째 세션: '가치 중심의 지속가능성'과 '자성'(Self-Reflection)
다섯번째 가치는 '가치 중심의 지속가능성'입니다. 지속가능성은 거의 모든 선교단체들이 사용하는 중요한 가치인데 뒤를 돌아보니 지속가능성을 역량개발, 기술개발 등의 동의어로 사용해 왔음을 반성하며 나누었습니다. 현지인 의사를 만들고 현지인 교육자를 만들고 현지인 기술자, 현지인 성경번역자를 만드는 것이 지속가능성이라고 이해했고 그래서 그런 역량과 기술의 이전은 어느정도 된 부분이 있지만 기술은 개발되고 실제 그것을 하는 가치가 이전되지 않아 실력을 쌓은 현지인이 기대와 다르게 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 것은 이미 그들도 아는 이야기였습니다. 따라서 역량에서 그치면 안되고 가치의 이전, 더 나아가 하나님을 깊이 이해한다는 의미에서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들이 되는 것임을 강조했습니다. 아브라함에게 칼을 멈추게 하고 '이제야 경외하는 줄 알겠다'고 하신 하나님, 하나님을 경외하던 산파들이 영적으로 어두웠던 이스라엘의 노예시대에 하나님의 역사를 이어갔다는 사실, 주님도 하나님의 뜻을 알게 된 제자들에게 그제서야 친구로 불렀던 성경의 이야기들을 기반으로 그런 깊은 이해의 이전을 선교의 목표로 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마지막 여섯번째 가치는 '스스로의 성찰', 즉 자성이었습니다. 위에 소개한 가치들은 모두 그들이 스스로 성찰하도록 하나의 참고 사항으로 제안한 것이고 결국 스스로의 성찰을 통해 자신들의 선교학적 가치들을 정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힘주어 말했습니다. 강한 바람과 지진과 불이라는 놀라운 역사 가운데가 아니라 고요해야 들리는 세미한 소리로 엘리야에게 말씀하신 하나님, 바울의 메시지를 성경을 상고하면서 다시 확인해 간 베뢰아 사람들, 주님이 하신 이야기를 부활 후에 깊은 성찰을 통해서야 깨닫게 된 제자들 등을 소개하였습니다. 신약은 어떤 면에서 보면 제자들이 구약의 말씀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깊이 성찰한 결과물이라는 저의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성찰이 멈추면 어떤 훌륭한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무의미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순간부터 우리를 이상한 곳으로 데리고 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제가 경험한 것을 나누기보다 경험을 반성하고 성찰한 결과를 기초로 나누면서 너무나 이상적인 것들을 막 그들에게 넘겨버렸습니다. 제발 깊이 성찰하여 그들만이 아니라 기존의 선교 세력인 우리까지도 회복되도록 도와달라는 간절함을 담아서 말입니다. 아직은 순수한 그들이 생각없이 앞선 선교를 따라서 할때 마주할 미래가 뻔히 보이는 것 같아서 나도 최선을 다할테니 함께 알지 못하는 곳을 향해 걸어가자고 소리쳐 읍소했습니다. 거기에 희망이 있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도 나눌 것이 많지만 이만 줄입니다. 이 새로운 선교 단체 SIKMA 가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하며 스스로 성찰하면서 성숙해 가는 단체 그래서 맺는 열매가 알찬 그런 기관이 되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샬롬.
2025년 12월 1일
권성찬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