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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에서

양준일

품에서는 한달에 한 번 혹은 특별한 사안이 있을 때에 마다 GMF에 속한 가족들 그리고 이 공간을 찾아 주시는 선교 관심자 분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대표 서신입니다. 서신이라는 말 대신 엽서라고 표현했지만 거의 편지에 가까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곳곳에서 살고 또 사역하시는 사랑하는 선생님들,

얼마전 지낸 명절에 떡국은 드셨는지요? 모두 강건하시기를 빕니다.

최근 한국에서는 양준일이라는 이름이 실검 (실시간 검색) 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했었습니다. 양준일이라는 가수는 이제 50대 초반이 된 재미교포 출신의 가수인데 30년 전에 크게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졌다가 최근 갑자기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 것입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90년대 음악을 추억하는 인터넷 공간을 어른들이 많이 모이는 종로 탑골 공원에 빗대어 온라인 탑골공원이라고 부릅니다. 이 온라인 탑골공원에서 90년대 초에 나왔던 양준일의 의상과 춤과 음악을 본 사람들이 '이 사람 누구야?'라고 하면서 소식을 궁금해 했는데 마침 옛 가수들을 소환하는 '슈가맨'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미국 플로리다에 살고 있는 양준일씨를 불러내어 사람들이 30년만에 혹은 20년 만에 그를 보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에 잠시 나온 그의 진솔한 모습에 다시 열광하게 되어 손석희씨의 앵커 브리핑에 소개되었고 말 그대로 '대박' 사건이 벌어지게 된 것이죠. 그래서 슈가맨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 간 그를 열광하는 팬들이 다시 불러내게 되었고 두 번의 팬 미팅을 하게 되었는데 대형홀에서 진행될 팬미팅 예약이 3분만에 매진되는 등 놀라운 일이 연속되었습니다.

90년대에 10년 비자를 받고 들어 왔으나 영어를 너무 많이 사용하고 게다가 하는 짓(?)이 불량해 보인다는 이유로 2년만에 비자 거절의 위협을 받아 돌아갈 수 밖에 없었던 사람, 2000년 초에 다시 왔으나 이전의 모습을 완전히 지워야 한다는 말에 양준일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없던 사람, 할 수 없이 영어 교사를 했는데 아이 어머니의 말을 인용하면 '우리 아이들의 인성을 길러준 선생'이라는 평가는 듣는 사람, 한국의 여러 프로그램에 초대를 받았지만 플로리다에서 서빙하는 식당을 비우면 자신의 일자리는 없어지고 월세도 낼 수 없어 응하지 못한 사람, 팬이란 용어는 일방적이니 자신의 팬들을 '친구'라고 부르고 싶다는 사람, 그 사람에게 왜 사람들이 이제 열광할까?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물론 지금 시대에 어울릴 만한 퍼포먼스를 너무 시대를 앞서 행했기에 이제 그를 알아보는 젊은 세대 혹은 다양한 세대가 그를 다시 소환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분명히 그런 요소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정희경이라는 가수가 양준일씨에 대해 했던 최근의 말이 그 현상을 더 정확히 묘사한다고 봅니다. '그 누구의 탓을 하지 않으시고 과거도 아니고 미래도 아닌 현재를 살고 계신 분이더라고요. 저렇게 살아야 되겠구나'. 그렇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겸손한 아빠요 남편으로 사는 것'이라고 말하는 양준일씨는 참으로 오랫만에 순수와 진실이 느껴지는 그런 사람이었고 그래서 사람들은 그가 경험한 과거의 아픔까지 품어 열광하는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선교사는 어떤 의미에서 현장에서 시대를 앞서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많은 선교사들이 자신이 사역하는 동안에 오해와 멸시와 심지어 추방을 당하며 살아갑니다. 복음을 알지 못하는 현장에 시대를 앞서 복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양준일씨처럼 30년 후가 되어도 그것을 알아 줄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시대를 앞서 살아간 그 일이 가치가 있기 위해서는 그 때나 지금이나 항상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진실되게 살아가는 것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대를 앞서 살아간 사람들은 많았어도 그들 모두가 존경을 받는 것이 아닌 이유는 그 이후의 삶이 감동을 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감동이란 대단한 일이 아니라 정말 작은 일이 반복되는 일상을 성실히 살아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각 곳에서 시대를 앞서 살아가시는 많은 '양준일'님들, 오늘도 건승을 빕니다. 샬롬.

2020년 1월 30일

권성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