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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에서

품에서는 한달에 한 번 혹은 특별한 사안이 있을 때에 마다 GMF에 속한 가족들 그리고 이 공간을 찾아 주시는 선교 관심자 분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대표 서신입니다.

곳곳에서 살고 또 사역하시는 사랑하는 선생님들,

코로나가 길어지고 있습니다. 벌써 12월 인데 이렇게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임시 생활을 하고 있는 많은 선교사님들 그리고 자녀들의 고충이 심할 줄로 생각됩니다. 주님께서 긍휼히 여겨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마스크를 쓰는 일이 일상화 되다보니 길거리에서 그리고 공공장소에서 사람들의 얼굴을 보기가 어려워 졌습니다. 겨우 눈만 보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 갔을 때 모든 여성들이 눈만 내밀고 다니던 때가 생각납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사회 전체가 우울해 지는 것이 아닌지 염려되기도 합니다.

눈만 내밀고 다니는 사회에서는 눈이 발달합니다. 모든 것을 가리고 다님에도 불구하고 쓱 한번 보고 누구네 집 누구라고 말하던 현지인 친구가 생각납니다. 사람들의 눈이 굉장히 발달해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레아는 시력이 약하고'(창29:17)라고 특별히 언급하는 것으로 보아 눈이 약한 것은 당시 문화에서 흠이 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눈이 중요한 문화에서는 눈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고 그래서 그 지역의 트럭을 보면 눈을 크게 그리고 그것이 악한 것에서 보호해 준다고 믿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마스크를 쓰고 눈만 내미는 상황이 되니 우리들도 그렇게 눈에 대한 관심 그리고 눈으로 파악하는 실력이 점점 상승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얼마전 뉴스에 실제로 눈에 관련된 화장품의 매출이 올랐다는 기사가 났습니다. 얼굴이 가려지는 대신 발달하게 될 우리의 안력이 무엇을 향하게 될까 묻게 되는 지점입니다. 물론 지금은 많은 눈들이 스마트폰을 향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대, 우리가 서로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 희생을 치르는 대신 상승하는 우리의 안력이 주님을 더욱 집중하여 볼 수 있게 되기를, 그리고 이전에 보이지 않았던 소외된 사람들을 볼 수 있기를, 그리고 주변에 여러 어려움으로 끙끙 앓고 있지만 말하지 못하는 이웃들의 어려움을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한 해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속히 이 어려움이 지나고 함께 얼굴을 마주하고 교제할 날을 꿈꾸고 있겠습니다. 내내 강건하시기를 빕니다. 살롬.

"지혜는 명철한 자 앞에 있거늘 미련한 자는 눈을 땅 끝에 두느니라"(잠17:24)

 

2020년 12월 1일

권성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