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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에서

평신도 선교사

품에서는 한달에 한 번 혹은 특별한 사안이 있을 때에 마다 GMF에 속한 가족들 그리고 이 공간을 찾아 주시는 선교 관심자 분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대표 서신입니다.

 

곳곳에서 살고 또 사역하시는 사랑하는 선생님들,

 

한국에서 트롯이 꽤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은 들으셨나요? 송가인, 임영웅을 모르면 간첩소리를 듣습니다. 어제도 몇명 잡혀갔다는..^^

트롯 경연 프로그램에는 그 동안 어렵게 지내 온 무명가수들이 여러 명 참가합니다. 지역 행사같은 소위 그들이 B급 무대라 부르는 곳에서 활동해 왔던 무명 가수들입니다. 그런 B급 무대 특성상 특히 여성 가수들은 다소 짧은 옷을 입고 빠른 노래에 웃음을 보이면서 춤을 동반하여 노래를 부른다고 합니다. 설령 자신은 느리고 감성적인 노래를 좋아하더라도 그런 노래를 그런 류의 무대에서 부르면 벌떡 일어나 가버리는 소위 B급 관중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경연 내내 밝게만 보였던 한 무명가수가 얼마전 자신의 경연 순서 때에 본인이 좋아하는 느리고 감성적인 노래를 불렀습니다. 짧은 옷이 아닌 긴 드레스에 웃음기 없는 감성 충만한 얼굴로 천천히 그리고 애절하게 불렀습니다. 노래를 준비하면서 가사를 자세히 보니 자신의 10년 무명 시절 같다고 말하며 그녀는 눈물을 보였습니다. 가사 일부입니다. '외로워도 힘들어도 말도 못하고 아! 당신은 언제나 눈물을 감추고 있었나'. 이제 저도 나이를 먹었는지 그 노래를 듣는 내내 가슴이 먹먹하더군요.

 

 

그 노래를 듣는데 트롯과는 아무 상관없는, 최근 만났던 한 평신도 선교사님이 생각났습니다. 제가 '평신도 선교사'라는 싫어하는 용어를 굳이 쓰는 이유는 그 분들이 마치 그 무명가수들처럼 대우를 받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이 하는 전문적인 사역에 대해  교회나 심지어 함께 사역하는 목회자 선교사들로 부터 잘 인정을 받지 못할 뿐더러 스스로도 자꾸 후원교회나 후원자에게 미안함을 가지고 있는 그 '착함'이 저는 웬지 화가 납니다. 선교하는 것이 죄를 짓는 일도 아닌데 자꾸 누군가의 눈치를 보는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그러고 보니 지금은 상황이 좀 달라지긴 했지만 아주 오랫동안 소위 '평신도 선교사'들은 외로워도 힘들어도 말도 못하고 그렇게 눈물을 감추고 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회 사역이나 신학교 사역처럼 한국 교회가 '선교사역'이라고 생각하는 분야에서 사역을 하거나 혹은 그런 사역이 아니라도 목회자 선교사는 그런 미안함을 대개 갖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사역이라도 교회가 잘 이해 못하는 그런 사역 혹은 존재 자체가 '평신도', 혹은 평신도로 여겨지는 '부인 선교사' 혹은 반대로 목회자 아내를 둔 '남편 선교사'들은 이런 느낌을 다소 가지고 살며 사역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들이 B급 관중들을 위한 노래 말고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맘껏 불렀으면 좋겠습니다. 일어나 가버리는 교회들에 너무 신경쓰지 말고 말입니다. 현실적인 문제가 맘에 걸리긴 합니다.

그렇게 눈물을 감추어야 했던 분들께 주님의 이 선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기뻐하고 즐거워하라 하늘에서 너희의 상이 큼이라" (마5:12). 샬롬.

 

2021년 3월 1일

권성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