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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에서

한 사람의 구도자

품에서는 한달에 한 번 혹은 특별한 사안이 있을 때에 마다 GMF에 속한 가족들 그리고 이 공간을 찾아 주시는 선교 관심자 분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대표 서신입니다.

 

곳곳에서 살고 또 사역하시는 사랑하는 선생님들,

 

이슬람 지역과 같이 복음 전파가 어려운 지역에서는 자신의 종교에 믿음이 깊지 않은 소위 날라리들을 전도하는 것이 좋을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물론 단기적으로 보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진리를 갈구하는 구도자가 회심하는 것이 그 지역을 위해서 더욱 중요합니다. 18세기 조선에 들어 온 기독교(천주교) 전래를 보면 더욱 분명해 집니다.

그 때  '한 사람의 구도자'는 이벽이었습니다. 이벽은 1754년 무인의 아들로 태어났고 형제들은 모두 무인의 길을 갔으나 이벽은 학문이 깊고 진리에 대한 갈증이 컸기에 거구임에도 그 길을 가지않고 자신의 알고 있는 유학을 바탕으로 진리를 탐구하였습니다. 마침 중국에서 예수회 소속 선교사들이 상황화적인 접근을 통해 한자로 기록한 책들이 조선에 전해져 이벽은 이 책을 통해 복음을 접하게 되었고 예수 그리스도라는 진리에 닿았습니다. 진리는 고여 있을 수 없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비록 그는 1785년 30대초의 나이로 사망했지만 이미 중요한 사람들에게 복음 전했고 그로부터 시작된 복음이 관련된 사람들을 통해 퍼져 나갔습니다. 아래 가계도를 보며 짧게 설명합니다. 

 

 

이벽의 누나인 이씨부인(여성 이름을 추적하기 쉽지 않네요)이 정약현과 혼인합니다. 그 사이에서 난 첫 딸이 명현, 셋째 딸이 난수입니다. 이벽의 조카들입니다. 명련은 황사영과 혼인하는데 1801년 백서 사건으로 능지처참 당한 인물입니다. 그 일로 명현은 제주 대정의 관노로 유배갑니다. 가면서 어린 아들 황경한을 추자도에 남겼습니다. 난수는 홍재영과 혼인했는데 홍재영의 부친인 홍낙민은 1801년, 난수와 홍재영은 1839년 기해박해 때 그리고 그들의 아들인 홍봉주는 1866년 병인박해 때 순교합니다. 이벽의 매형인 정약현의 이복 동생들을 봅니다. 그들은 얼마전 자산어보라는 영화로 조명된 약전과 약용 그리고 둘 사이에 있는 약종입니다. 약종은 1801년에 장남 철상과 함께 순교하고 약종의 아내 유소사와 둘째 아들 하상 그리고 딸 정혜는 1839년에 순교합니다. 이들 형제의 누나가 정씨부인이고 최초의 세례자 이승훈과 혼인했습니다. 이승훈에게 복음을 전하고 중국 방문시 세례를 받고 오도록 요청한 사람이 이벽입니다. 이승훈은 1801년에 순교합니다. 이들 정씨 형제의 외삼촌이 윤경인데 전라도 진산 쪽에서 일어난 일은 윤경의 아들 윤지충, 윤지충의 외사촌인 권상연과 유항검과 관련됩니다. 1791년 소위 진산사건이라고 제사를 거부하고 부모의 신주를 불태운 일로 윤지충과 권상연이 순교하고, 1801년에 유항검이 순교합니다.

이벽의 부인이 유한당 권씨인데 권일신의 딸이라는 설도 있고 아니라는 설도 있습니다. 다만 유한당 권씨의 숙부가 권철신인 것으로 보아 철신과 일신 사이의 다른 형제의 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성 성도들의 리더 역할을 유한당 권씨가 했다고 전해집니다. 권일신은 이벽 사후에 기독교 공동체를 이끌었고 1791년에 순교했으며 그의 형 권철신은 1801년에 순교합니다. 더 연구하면 연관된 더 많은 사람들이 나올 것입니다.

물론 이들 모두가 직접 이벽으로부터 복음을 듣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벽으로 부터 권철신, 권일신, 정약용 형제들, 이승훈 등이 직접 복음을 들은 사람들입니다. 한 사람의 구도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벽 이후 권일신 그리고 정약종, 그의 아들 정하상, 권일신의 조카 권노방, 권기인 등이 시대를 이어서 기독교 공동체를 이끌었습니다.

사역하시는 곳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종족 공동체로 들어가면 이렇게 혈연으로 맺어진 공동체가 존재합니다. 제가 사역했던 아프가니스탄의 P종족도 혈연 공동체가 강한 종족이었습니다. 한 사람의 진지한 구도자가 진리를 마주하게 되었을 때 성령의 역사를 통해 우리의 추적 범위를 벗어나 복음이 증거됩니다. 그리고 조금 더 바란다면 그들이 자신의 문화 안에서 복음을 깨닫고 복음이 다시 그 문화를 변화시키는 아름다운 일들이 일어나기를 소망합니다. 계시는 곳에서 그런 구도자 한 사람을 만나실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샬롬.

 

2021년 10월 1일

권성찬 올림

 

추신: 이벽과 자신학화라는 주제로 자신학화 포럼에서 발제를 합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10월 4일부터 7일까지 열리는 자신학화 포럼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관련 정보는 (https://stf.kr/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