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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에서

이태원의 아프간 소녀

품에서는 한달에 한 번 혹은 특별한 사안이 있을 때에 마다 GMF에 속한 가족들 그리고 이 공간을 찾아 주시는 선교 관심자 분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대표 서신입니다.

 

곳곳에서 살고 또 사역하시는 사랑하는 선생님들,

 

2022년 새해 인사를 드립니다. 계신 곳에서 강건하시기를 바랍니다.

이태원에서 주로 무슬림들을 섬기며 사역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국내 이주민 사역 기관의 설립을 준비하면서 따라야 할 모범처럼 생각하고 있는 친구입니다. 전에 이태원 라볶이 '돈쭐냅시다'에 참여하셨던 분들은 기억하실 텐데요. 바로 그 사역이고 그 때 제가 아프간 가정을 방문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얼마전 그 곳에서 성탄 행사가 있었고 장기자랑 시간이 있었는데 그 아프간 가정의 딸 하나가 친구 부부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편지를 낭독했다고 합니다. 마침 제게 그 영상을 보내줬는데 보면서 울컥했습니다. 친구의 허락을 얻어 그 동영상 일부를 올립니다.

 

 

18살 나르기스(가명)는 또박 또박 정확한 발음의 한국말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마음에 남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낯선 자신들을 향한 '바깥 사람들의 시선은 늘 차갑지만' 이 친구 부부가 '늘 따뜻한 마음으로 너그러운 마음으로 품어 주셨다'며 그것을 한번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았다는 말이었습니다. 또 다시 선교의 '진정성'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 따뜻함은 이 아프간 가정, 특히 가장이 전권을 가진 문화이기에 이 소녀의 아버지에게 신뢰를 주었고 여성을 밖으로 잘 내보내지 않는 문화임에도 불구하고 이 친구가 하는 센터에 아이들이 가는 것을 허락했기에 나르기스는 이 센터가 자신과 그곳에 오는 모든 이주민 아이들에게 '안식처'라고 표현했습니다.  

서울의 한 복판 '이태원'에서, 바로 우리 문 앞에서 하나님은 놀라운 일을 행하고 계십니다. 아프간 사역을 했던 저로서는 여러분 모두와 마찬가지로 그 나라 이름만 들어도 설렙니다. 그 나라 안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일들이 우리 앞에서 주님의 은혜가 그 은혜를 따라 사역하는 사역자의 '진정성'으로 인해 일어나고 있습니다. 몇 달 전에 지인이 컴퓨터 하나를 기증해 주어 그것을 그 아프간 집에 전달해 주러 갔었는데 그 때 그 집 아들이 '축구 선수'의 꿈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알았습니다. 다문화 가정, 이주민 가정, 외국인 노동자 가정 그리고 난민 가정까지 그 가정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한국의 색깔을 바꿀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을 섬기고 사랑하는 일은 먼저 이 땅에 살도록 허락받은 우리들의 몫입니다.

이들은 우리 나라에 빌붙어 사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나르기스의 꿈은 한국에서 잘 배워 언젠가 자신의 조국인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들의 교육과 여성들이 한 생명으로 존중받는 일을 위해 일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미래의 일에 우리의 시선이 보탬이 된다면 얼마나 기쁜 일이겠습니까?

오늘도 안산에서 묵묵히 몇몇 이주민들을 여러 모양으로 섬기는 사역자와 나그네들이 있고 마음을 다해 난민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역자와  그 아이들이 있습니다. 확언하건대 앞으로 여러 지역에서 지역교회들이 이러한 사역을 단순히 '장소 허락'이 아니라 진실한 마음으로 깊이 다가가는 '선교'가 필요할 것이고 그것을 돕고 섬기고 교육하고 방향을 잡아나갈 사역 기관의 설립 역시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잘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이 사역을 해 오신 모든 사역자들과 그렇게 차가운 시선에도 이 나라에 남아 준 이웃과 나그네들께 깊이 감사 드리고,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저희 GMF도 마음 보탤 것을 약속합니다. 사랑하는 선생님들과 동역자님들도 다시 한번 우리의 시선이 차갑지 않은지 돌아 보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새해 내내 강건하시기를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샬롬

 

2022년 1월 1일

권성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