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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에서

이건 뭐지?

품에서는 한달에 한 번 혹은 특별한 사안이 있을 때에 마다 GMF에 속한 가족들 그리고 이 공간을 찾아 주시는 선교 관심자 분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대표 서신입니다. 서신이라는 말 대신 엽서라고 표현했지만 거의 편지에 가까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곳곳에서 살고 또 사역하시는 사랑하는 선교사님들,

 

오늘 선교사님들은 어떤 일로 기도하고 계시는지요? 급한 일이 발생한 분들도 계시고 또 만성적인 일들로 고민하는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돌아보면 30대에 처음 사역했던 A국에 있을 당시 저 역시 늘 머리 속에 의문을 달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20대에 선교에 헌신하고 특별히 저희의 경우는 성경번역이라는 사역에 헌신하여 이모저모로 10년을 준비한 끝에 선교지에 도착했는데 선교지에서 맞이한 상황은 저희의 기대와는 아주 달랐습니다. 나라가 어수선하고 결국 정권이 바뀌는 일이 일어나고 소수 종족을 위한 사역은 접근 자체가 만만치 않은 그런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종족에는 가지도 못하고 소도시에 남아 백수로 9개월, 그 후 주변 광야로 몰려든 난민들 사역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침이면 오라는 곳 없이 시장으로 가서 말 좀 배우고 이방인을 궁금해 하는 현지인 가게에 앉아 차를 얻어 마시고 나중에는 친구가 되어 대신 가게를 봐 주고 오후에는 청년들과 공차고 전기도 없는 집에 어둑해 질 때 들어 와서 뻬꼼히 기다리는 아내와 어린 두 아들 램프 켜 주고 곤로에 저녁해 먹고 밤이면 더위로 잠 못드는 아이 부채질 해 주다 깜빡 졸아 부채를 떨어 뜨리면 다시 깨서 부채질 하고... 그런 일상을 보내면서 '나는 여기에 왜 와 있는가?' 라는 질문을 수 없이 했습니다.

9개월이 지나서야 겨우 난민 사역을 맡아 시작하게 되었고 난민 사역을 하게 된 이유는 정권 교체로 가려던 종족에 갈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축산을 전공한 현지인과 둘이 그 일을 맡게 되었는데 주로 광야에 난민이 된 가족들에게 닭을 나누어 주고 그들이 계란을 얻어 젊은 엄마들이 그걸 먹고 갖난 아이들에게 좀 더 영양가 있는 젖을 물리도록 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축산을 전공한 현지인 동료가 닭들이 병에 걸리지 않도록 백신을 할 때 저의 역할은 닭들이 움직이지 못하게 날개를 꼭 붙드는 역할이었습니다. 때로 닭이 푸드득하면 생닭을 잡고 있는 일이 서투른 저는 닭을 놓치고 그러면 그 닭을 다시 잡기 위해 쫒아 가면서 '나는 지금 뭐하고 있는 건가?'라는 질문을 수 없이 되뇌었습니다.

하나님의 선교를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은 아마 그 때 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뜨거운 헌신, 10년의 준비 등 나름 성경번역에 최선의 준비를 하고 도착한 선교지에서 전혀 다른 상황을 맞이 하고 서야 '이게 뭐지?'라는 질문을 처음한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게 뭐지?'라는 질문은 하나님께서 기다리고 있는 질문이란 생각이 듭니다.

자신의 열정대로는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장인의 가축을 돌보던 모세가 불붙은 가시나무 떨기를 보고 그냥 지나치다 '이게 뭐지?'라고 뒤돌아 서는 순간 '모세야, 모세야'라고 부르신 하나님도 모세의 그 순간을 기다려 왔다고 믿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그 질문을 발전시키지는 못했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이후 사역의 자리가 바뀌어 국내에서 그리고 국제 본부에서 사역하면서 조금씩 그 질문을 생각할 겨를이 있었고 마침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좀 얻을까 싶어 성경으로 돌아가 그 간의 경험을 가지고 새롭게 읽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물 중 하나가 논문으로 쓴 '요한복음 선교적 읽기'입니다.

'이건 뭐지'라는 질문은 잘 붙들어야 할 광석 중 하나라 생각됩니다. 여러분 모두 각기 다른 현장에서 다양한 '이건 뭐지?'를 가지고 있을 줄 압니다. 지금은 고통스러워도 그 질문이 하나님의 선교를 이해하는 일에 새로운 장을 열어 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모두가 어려운 시대입니다. 찬송가 가사 중에 이런 가사가 있습니다. '온 세상 날 버려도 주 예수 안버려'. 주님의 은혜가 여러분의 삶과 가정과 사역에 풍성하게 임하시기를 소망합니다. 샬롬.

2019년 8월을 보내며

권성찬 드림

 

 

난민을 위한 양계 사역에 닭장을 나누어 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