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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에서

수유 생고기

품에서는 한달에 한 번 혹은 특별한 사안이 있을 때에 마다 GMF에 속한 가족들 그리고 이 공간을 찾아 주시는 선교 관심자 분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대표 서신입니다. 서신이라는 말 대신 엽서라고 표현했지만 거의 편지에 가까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곳곳에서 살고 또 사역하시는 사랑하는 선교사님들,


그 동안 계신 곳에서 잘 지내셨는지요? 오늘은 음식점 하나를 소개할까 합니다. 무슬림을 대상으로 사역하시느라 돼지고기를 드시기 어려운 분이나 고국의 삼겹살을 그리워 하시는 분들은 읽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경고를 미리 드리고 시작합니다.

수유 생고기는 제가 사는 동네에 있는 고기 집이고 저는 갈 때 마다 늘 오겹살을 주문합니다. 그리고 먹으면서 교회와 선교지에서 보여져야 하는 공동체를 생각하게 됩니다.

우선 그 집의 풍경입니다. 그 집의 메뉴는 생고기 입니다. 오겹살이 제일 위에 소개됩니다. 일하시는 분은 연세 드신 주인 아주머니 한 분 그리고 뒤늦게 나오시거나 혹은 안 나오시는 남편되시는 아저씨입니다. 그러니까 대부분 아주머니 혼자 하십니다. 손님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은 7개 정도 되는 데 그나마 한 개는 잡동사니 물건들을 올려 놓아서 실제로는 6개만 가지고 운영됩니다. 그러다보니 실제 셀프는 아닌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일들을 손님들이 스스로 알아서 하는 셀프 시스템이 되고 말았습니다. 심지어 조금 익숙한 손님들은 다른 테이블 손님을 서비스하기도 합니다. 테이블이 적다 보니 왔다가 가는 분들이 꽤 됩니다. 거의 다 먹은 손님을 재촉할 만도 한데 절대 그러지 않습니다. 며칠 전에도 저와 아내는 마지막으로 볶아 먹는 밥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어떤 손님이 와서 자리 없냐고 하니까 주인 아주머니가 죄송하다고 자리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급히 손을 들고 여기 5분 안에 자리 나니까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 아주머니가 제게 와서 '천천히 드시라'고 하면서 작은 목소리로 '난 기다리는 사람이 제일 싫어' 그러셔서 '이건 뭐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분은 지나가다가 문 앞에서 '오늘 왜 이렇게 늦게 열었어요. 한참 기다리다 할 수 없이 다른데서 먹었잖아요. 에이 어제도 안 열더니...' 그리고 가셨습니다. 생각해 보니 제가 조금 늦게 저녁을 먹으러 왔는데 아무도 없었던 것을 보니 그 때 막 문을 여신 것이었습니다. 저희 들어오고 나서 곧 모든 테이블이 찼습니다. 저녁에만 문을 여는데 아주머니는 자신이 놀고 싶은 것 놀고 오느라 늦게 문 열때도 절대 예약 전화같은 것을 받지 않습니다. 고기를 좋아 하지 않는 제 아내도 그 집 가자고 할때는 거의 거절하지 않고 갑니다. 말하자면 가고 싶은 집인 셈입니다. 이렇게 작은 고기집이 매력있는 이유를 몇 가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1. 맛있는 고기: 일단 고기가 맛있습니다. 아무리 다른 것이 좋아도 맛이 없으면 꽝. 우린 이걸 염려할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고기를 공급하시는 분이 하나님이시라 복음은 최고의 질을 보장하니까요.

2. 크지 않은 집: 모든 테이블에 주인 아주머니의 손길이 계속 닿고 있습니다. 주인은 돋보기 쓰고 카운터에서 이리 저리 둘러보고 아르바이트 학생들이 왔다 갔다하는 집하고는 서비스의 질이 다릅니다. 6개 테이블에 부족한 것 (손님이 직접 갔다 먹을 수 없는 것들만)을 갖다 주면서 테이블의 사람들과 물리적으로 마음적으로 계속 교류가 일어 납니다.

3. 주인의 손길: 위에도 말씀 드린 것처럼 주인 아주머니가 직접 테이블에 주시는 것이 있는데 야채입니다. 김치나 상추 같은 것은 셀프가 가능하지만 그 때 그 때 바로 만들어 주는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콩나물 무침 다른 하나는 파와 깻잎을 함께 절인 파저리인데 그 신선도가 최고 입니다. 그걸 부족할 때 마다 작은 앙푼에 바로 바로 만들어서 주는데 그러다보니 주인과 손님이 교류하는 횟수가 많습니다. 다른 테이블에 갈 때도 좁은 집이라 계속 눈을 마주치게 되고 하여간 주인의 터치가 많은 집입니다. 제 아내는 사실 그 신선한 야채가 좋아 그거 먹으러 갑니다.

4. 참여: 주인 아주머니 혼자 하기에는 사실 버거운데 손님들이 종업원처럼 합니다. 일반 식당의 셀프 개념과는 조금 다르게 본인들이 참여하고 심지어 단골 손님들이 처음 온 다른 테이블 손님들을 섬기기도 하면서 식당을 같이 운영하는 것 같은 마음으로 합니다. 제가 다 먹고 돈을 내려고 하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옆 테이블에 앉아 손님과 이야기를 하고 있길래 계속 말씀하시라고 제가 '신용카드 결제 셀프로 할 수 없어요?'라고 물었더니 식당 손님 모두가 크게 웃었습니다. 화장실은 밖으로 나가서 조금 가야하는데 번호키가 있습니다. 누군가 화장실을 물었더니 손님 중 한 분이 번호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곳에서 먹을 때마다 난 앞으로 교회를 하면 저렇게 할거야 라고 다짐합니다. 물론 기회가 없겠지만..ㅠㅠ. 젊은 남녀 둘이서 고기를 먹고 마지막 밥을 볶아 달라고 주문하는데 사실 고기도 1인분이 적지 않아서 둘이 2인분 먹으면 밥 한 공기만 볶아도 많습니다. 그런데 그 두 남녀는 고기도 2인분을 더 먹은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사장님 밥 2개만 볶아 주세요'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주인 아주머니가 웃으면서 밥 2개는 많지 않겠어? 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자매가 '지난 번에도 먹었어요!' 라고 해서 모두 같이 웃었습니다. 에피소드 이만 줄입니다. 리더십, 교회, 선교와 관련하여 찬찬히 반추하고 적용할 것이 많은 집입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한 번 오시면 같이 가요^^ 우리의 사역도 누군가 이렇게 소개하고 싶은 그런 사역이 되기를 바라면서 이만 줄입니다. 샬롬.

 

2019년 10월을 보내며 (해외 출장이 있어 며칠 미리 보냅니다.)

권성찬 드림